<사례>
사귄지 3달이 되어가는 커플이 있다. 은근히 인기가 많은 B양과 사귀는 A군은 그녀가 다른 남자와 연락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은근한 걱정이 든다. 그래서 호기심을 못참고 몰래 B양의 이멜을 확인해본 결과, 역시나 연락을 해오는 남자들이 꽤 있었다. 그녀에게 배신감도 들지만 한편으론 이메일을 훔쳐봤다는 것이 내심 찔리기도 하는 A군.
고민 끝에 B양에게 이메일을 봤다고 솔직히 고백을 한다. 그리고 그 연락하는 남자들은 누구인지 따져묻게 되는데...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내면서 아무사이 아니고 그냥 연락이 온다는 B양. 그때 이후로 B양은 비밀번호 등 다 바꿨다. A군은 궁금했어도 참았어야 했는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이젠 볼 수 없으니 막연한 의심이 더 커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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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게 되고,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면 될 수록 세세한 부분까지 체크를 하게 된다. 그것은 곧 단점이 더 많이 보일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그 사람이 마냥 이뻐보이고 멋있어 보일 동안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애교로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사귀다 보면 친해져서 비밀번호등을 자연스럽게 알게되기도 한다. 그럴 때 과연 그 사람의 이메일을 확인해보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A군의 경우에도 사실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는지도 모른다. 눈앞에 있는 비밀상자를 열어보지 않을 사람은 극히 드물것이다. 하지만 그 후의 행동이 문제가 있었다. 그것을 그렇게 쉽게 B양에게 따져물었다는 것...!
아직 B양이 확실히 바람을 피는 것인지 그녀의 말대로 남자들이 엄청 들이대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확실한 물증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따져 물었고, 몰래 뒷조사(이메일 확인) 를 했다는 것을 당당하게 밝힌 것이 A군으로서는 실수다. 좀더 시간을 두고 상황을 파악해서 그녀의 진심을 알아내려 했어야 원래의 목적에 더 가까운 행동이 아닌가.
또한, 사람이라는 존재는 감추어야만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 모든 것을 알게 된다면 정말이지 낭만적인 감정이라곤 티끌만큼도 남지 않을지 모른다. 자신의 이쁜 여자친구가 바퀴벌레를 손으로 잡는 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의 남자친구가 야동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매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자신의 남자의 마음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들의 다리만 꽉 차 있는걸 알게 된다면... 자신의 여자친구가 마음속에는 온갖 속물적 근성으로 꽉 차있는 것을 알게 된다면... 자신의 여자가 집에 가서 변장수준의 화장을 지우고 아줌마처럼 입은채로 찬밥을 우걱우걱 먹으며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남자친구인 본인을 엄청 분석하고 뒷담화를 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수없이 많은 사람의 속 마음을 알게 된다면 그것은 정말이지 유쾌하지 않다.
더 이상 그 사람에 대해 사랑스럽다거나 사랑에 빠진 콩깍지가 단번에 떨어져 나갈지도 모른다. 예전에 (아주 예전에) 학생들은 선생님이 화장실에 간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정말 이쁜 여자 교생선생님이 화장실에? 말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학생들이 혹시나 그 순수하게만 보였던 교생선생님이 대변,소변 보는 것을 다 보게 되고 그녀가 아침에 일어날땐 입가에 침 자국과 눈꼽이 가득 낀 화장 안한 얼굴 등을 보게 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그렇기 때문에 남녀 사이에는 적당히 블라인드 기능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사귀다가 설사 무언가 좀 추한 단점을 알게 되도, 모르는 척 해주어야 한다.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말이다. (자신의 머리속을 지워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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